아주 오래전, 누이 에우로페를 찾아 먼 길을 떠난 카드모스가 있었어요. 아버지는 누이를 찾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고 했지요. 카드모스는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누이를 만나지 못했어요. 함께 길을 떠났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욱 멀게 느껴졌어요.
카드모스는 델포이로 갔어요. 신의 뜻을 물을 수 있는 곳이었지요. 그는 여전히 누이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알고 싶었어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생각했던 것과 달랐어요.
“누이를 찾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라. 소 한 마리를 따라가거라. 그 소가 지쳐 누운 곳에 도시를 세워라.”
누군가를 찾으러 온 사람에게, 새로운 삶터를 만들라는 길이 주어진 거예요. 카드모스는 들판에서 만난 소를 따라 걸었어요. 서둘러 앞질러 가지도, 자신이 마음에 드는 곳으로 소를 몰지도 않았어요. 소의 걸음이 멈추는 곳을 기다렸지요.
보이오티아라는 땅을 지나던 소가 마침내 몸을 낮추었어요. 그곳은 훗날 테베가 될 자리였어요. 카드모스는 긴 여행을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이제는 머물 곳을 정해야 했어요.
그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에게 제사를 드리려 했어요. 준비에는 물이 필요했지요. 카드모스는 동료 몇 사람을 가까운 샘으로 보냈어요.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동료들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샘에는 용이 있었어요. 그 용은 전쟁의 신 아레스의 샘을 지키고 있었지요. 물을 길으러 간 동료들은 용의 공격을 받았고, 대부분 목숨을 잃었어요. 새 삶터에서 함께 살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을 잃은 카드모스는 용과 맞섰어요. 싸움 끝에 용은 쓰러졌어요.
하지만 샘이 조용해졌다고 해서 동료들이 돌아오지는 않았어요. 카드모스 앞에는 도시를 세울 넓은 땅이 남았지만, 함께 일을 시작할 사람들은 줄어들었지요. 그때 아테나가 뜻밖의 방법을 일러 주었어요.
“용의 이빨을 땅에 뿌려라.”

씨앗도 아닌 이빨을 뿌리라니, 카드모스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그는 여신의 말을 따랐어요. 용의 이빨을 모아 흙에 뿌렸지요. 이제 무엇이 일어날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땅에서 싹처럼 무언가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자라난 것은 풀이나 나무가 아니었어요. 무기를 갖춘 사람들이 흙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어요. 카드모스가 뿌린 이빨이 사람들로 변한 거예요. 그들은 ‘땅에 뿌려진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스파르토이라고 불렸어요.
땅에서 태어난 전사들은 서로 다투며 싸우기 시작했어요. 카드모스가 기대했던 새 출발의 땅이 다시 싸움터가 되었어요. 싸움이 끝났을 때 남은 사람은 다섯 명뿐이었지요.
싸움 뒤 카드모스 곁에 남은 것은 살아남은 다섯 전사였어요. 그들은 카드모스와 함께 도시를 세우는 사람들이 되었어요. 이제 그들이 손에 쥘 것은 싸움을 위한 무기만이 아니라, 벽을 쌓고 집을 만들 도구이기도 했어요.
카드모스에게는 아직 치러야 할 대가가 있었어요. 그가 쓰러뜨린 용은 아레스의 샘을 지키고 있었으니까요. 카드모스는 그 일을 갚기 위해 아레스를 섬겼어요. 그 시간은 사람들의 시간으로 여덟 해였어요.
“이곳에서 살려면, 내가 한 일도 짊어져야 하는구나.”
그는 긴 시간을 지나 자신의 자리를 얻었어요. 아레스를 섬기는 일이 끝난 뒤, 아테나는 카드모스가 그 땅의 왕이 되도록 도왔어요. 낯선 들판을 지나던 여행자는 마침내 한 도시를 다스리는 사람이 되었지요.
테베에는 벽과 집이 올라갔어요. 소가 지쳐 누웠던 자리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가 되었어요. 용의 이빨에서 나온 사람들도 그곳의 시작을 함께했지요. 카드모스는 처음 떠날 때 찾으려 했던 누이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제 머물 곳 없이 떠도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훗날 이 도시에서 카드모스의 딸 세멜레와 디오니소스의 이야기가 이어졌어요. 테베의 성문 안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살아갔고, 용의 이빨에서 태어난 다섯 사람과 카드모스는 그 도시의 첫 시간을 함께 지켰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