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바람의 이름을 오해한 프로크리스

아주 오래전, 아테네에는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라는 부부가 살았어요. 케팔로스는 새벽부터 숲으로 나가 사냥하기를 좋아했고, 프로크리스는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렸지요. 두 사람은 서로를 아꼈지만, 한 번 생긴 의심을 솔직하게 풀지 못하는 때가 있었어요.

어느 날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케팔로스를 데려갔어요. 케팔로스는 먼 곳에 있으면서도 프로크리스를 잊지 못했어요. 그러자 에오스는 프로크리스의 마음도 변할 수 있다고 말했지요.

그 말은 케팔로스의 마음에 작은 가시처럼 남았어요. 집으로 돌아온 그는 다른 사람처럼 모습을 바꾸고 프로크리스 앞에 나타났어요. 낯선 사람인 척하며 값진 선물을 내밀어 프로크리스의 마음을 시험하려 한 것이었어요.

프로크리스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케팔로스는 본모습을 드러냈어요. 시험받았다는 사실을 안 프로크리스는 크게 상처받았어요. 그는 집을 떠나 산과 숲을 돌아다니며 사냥으로 마음을 달랬지요.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다시 만났어요. 케팔로스는 자기 의심이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프로크리스도 오래 품었던 서운함을 꺼내 놓았지요. 둘은 지난 일을 용서하고 다시 함께 살기로 했어요.

프로크리스는 화해의 표시로 자신이 아끼던 사냥개와 신비한 창을 케팔로스에게 건넸어요. 그 창은 던지면 목표를 빗나가지 않는 특별한 물건이었어요.

프로크리스가 케팔로스에게 사냥개와 신비한 창을 건네는 숲속 장면을 그린 판화
프로크리스가 개와 창을 건네는 장면 — 출처: Rijksmuseum

케팔로스는 그 창을 들고 이른 아침마다 홀로 숲으로 갔어요. 사냥을 마치면 나무 그늘에 누워 뜨거워진 몸을 식혔지요. 그리고 산들바람을 뜻하는 ‘아우라’라는 말을 불렀어요.

“아우라, 이리 와서 내 더위를 식혀 다오.”

케팔로스가 기다린 것은 사람이 아니라 시원한 바람이었어요. 하지만 어느 날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뜻을 다르게 받아들였어요. 그는 프로크리스에게 케팔로스가 숲에서 아우라라는 누군가를 애타게 부른다고 전했지요.

프로크리스의 마음은 무거워졌어요. 예전에 서로를 의심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곧바로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마음을 놓을 수도 없었어요.

다음 날, 프로크리스는 케팔로스보다 먼저 숲에 들어갔어요. 그는 나뭇잎이 무성한 덤불 뒤에 몸을 숨기고 기다렸어요. 잠시 뒤 사냥을 마친 케팔로스가 그늘에 누웠지요.

“아우라, 어서 와. 내게 시원한 숨결을 보내 다오.”

그 말을 들은 프로크리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눈물이 나서 몸을 돌리는 순간, 발밑에서 마른 가지가 부러졌어요.

바스락.

케팔로스는 덤불 속에 짐승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프로크리스에게 받은 창을 집어 들었어요. 목표를 빗나가지 않는 창은 잎이 흔들린 곳으로 곧장 날아갔어요.

곧 덤불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케팔로스…….”

케팔로스는 창을 내던지고 달려갔어요. 그곳에는 프로크리스가 쓰러져 있었어요. 케팔로스는 프로크리스를 품에 안고 상처를 막으려 했지만, 신비한 창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을 만들고 말았어요.

쓰러진 프로크리스 곁에서 놀란 케팔로스가 몸을 숙이는 장면을 그린 소묘
쓰러진 프로크리스 곁의 케팔로스 — 출처: Princeton University Art Museum

프로크리스는 힘겹게 케팔로스의 손을 잡았어요.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내가 떠난 뒤에도 아우라를 우리 집에 들이지 말아 주세요.”

그제야 케팔로스는 프로크리스가 왜 숲에 숨어 있었는지 알았어요.

“프로크리스, 아우라는 사람이 아니에요. 더운 날 내가 기다린 산들바람이에요. 내가 부른 것은 바람뿐이었어요.”

프로크리스는 그 설명을 듣고서야 굳었던 얼굴을 조금 풀었어요.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뜻을 알아본 때는 너무 늦었어요. 프로크리스의 손에서 힘이 빠졌고, 케팔로스는 숲이 어두워질 때까지 그 곁을 떠나지 못했어요.

그날 뒤 케팔로스에게 ‘아우라’는 더 이상 시원한 바람을 뜻하는 말이 아니었어요. 서로에게 먼저 묻지 못한 마음과 믿음을 시험했던 말이 숲속에 너무 늦은 대답으로 남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