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포모나의 과수원에 온 낯선 손님

아주 오래전, 이탈리아의 라티움 땅에 포모나라는 숲의 요정이 살았어요. 포모나는 깊은 숲이나 강보다 과일나무가 가득한 과수원을 좋아했어요. 가지를 알맞게 잘라 주고, 어린 나무에 새 가지를 붙이고, 목마른 뿌리에 물을 주는 일이 가장 즐거웠지요.

포모나는 아무나 과수원에 들어오지 못하게 울타리를 세웠어요. 나무를 돌보는 조용한 삶을 지키고 싶었고, 제멋대로 다가오는 이들도 두려웠기 때문이에요. 그는 누군가의 마음을 받아들이라는 재촉보다 잘 익은 열매와 튼튼한 가지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과일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앉아 있는 포모나의 청동 부조
과일 바구니를 든 포모나의 청동 부조 — 출처: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계절과 나무의 변화를 맡은 신 베르툼누스도 포모나를 좋아했어요. 그는 모습 바꾸는 재주가 뛰어났어요. 때로는 곡식 바구니를 든 농부가 되었고, 때로는 건초를 나르는 일꾼이나 포도밭을 돌보는 사람이 되었지요. 그러나 여러 모습으로 과수원 곁을 지나도 포모나는 문을 열어 주지 않았어요.

어느 날 베르툼누스는 지팡이를 짚은 노파 모습으로 찾아왔어요. 이번에는 포모나가 경계를 조금 풀고 과수원 안으로 맞아들였지요. 노파는 탐스러운 열매를 칭찬하다가, 포도덩굴이 느릅나무를 감고 함께 자라는 모습을 가리켰어요.

“저 둘을 보렴. 나무는 덩굴을 받쳐 주고, 덩굴은 나무에 푸른 잎을 더해 주는구나.”

포모나는 가지 끝의 잎을 바라보았어요. 하지만 곧 노파의 말이 나무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어요.

노파는 베르툼누스가 포모나의 과수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말했어요. 다른 곳을 떠돌며 마음을 바꾸는 이가 아니라, 이 나무들과 포모나만 오래 바라보아 온 신이라고 했지요. 그러고는 마음을 닫은 사람에 관한 무서운 옛이야기까지 들려주며 베르툼누스를 받아들이라고 재촉했어요.

그러나 포모나는 겁주는 이야기에 마음을 열지 않았어요. 노파의 말이 끝났는데도 과수원에는 바람 소리만 남았지요. 베르툼누스는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는 진심을 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마침내 그는 노파의 옷과 지팡이를 내려놓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구름 사이로 햇빛이 드러나듯 젊은 신의 모습이 과수원 한가운데 나타났지요. 그는 더 가까이 밀어붙이지 않고 포모나의 대답을 기다렸어요.

포모나는 놀랐어요. 수확철마다 과수원 가까이에서 묵묵히 일하던 여러 사람이 모두 베르툼누스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포모나는 변장한 말이 아니라 이제 눈앞에 선 그의 본모습을 바라보았어요.

“내 과수원을 좋아한다면, 먼저 나무를 어떻게 돌보는지 함께 이야기해요.”

베르툼누스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두 사람은 잘 익은 열매와 아직 어린 가지를 하나씩 살펴보며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제야 포모나의 마음에도 베르툼누스를 향한 따뜻한 감정이 생겼어요.

그날 과수원에서 바뀐 것은 나무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베르툼누스는 빌린 얼굴을 내려놓았고, 포모나는 두려움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으로 대답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