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아폴론은 커다란 뱀 피톤을 활로 쓰러뜨렸어요. 그는 자신의 솜씨가 무척 자랑스러웠지요. 그때 작은 활을 든 사랑의 신 에로스가 지나갔어요. 로마 사람들은 이 신을 쿠피도라고도 불렀어요.
아폴론은 에로스의 활을 보고 웃었어요.
“활은 큰 적과 싸우는 이에게 어울려. 너처럼 작은 신이 들 물건은 아니야.”
에로스는 대꾸 대신 화살 두 개를 꺼냈어요. 하나는 금빛으로 반짝였고, 다른 하나는 빛이 나지 않는 납 화살이었어요. 금 화살은 마음을 끌어당기고, 납 화살은 마음을 멀어지게 하는 힘을 지녔지요.
에로스는 금 화살로 아폴론을 맞혔어요. 납 화살은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 다프네를 향해 날렸지요. 작은 활도 마음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듯했어요.
다프네는 숲과 들판을 달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걷고, 맑은 강가에서 바람 소리를 듣는 일이 좋았지요. 그는 결혼하지 않고 지금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어요. 아버지 페네이오스는 딸의 뜻을 듣고 허락했어요.
그런데 금 화살을 맞은 아폴론은 다프네를 보자마자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졌어요. 다프네는 낯선 이가 자신을 바라보며 다가오는 것이 싫었어요. 그는 몸을 돌려 숲길을 달리기 시작했어요.
아폴론은 다프네의 마음을 묻지 않은 채 뒤를 쫓았어요. 자신이 예언과 음악을 돌보는 신이며, 병을 고치는 힘도 있다고 말했지요. 헤르메스와 리라를 나눈 아폴론은 여러 재주를 가진 신이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이름과 힘을 가졌어도, 원하지 않는 사람을 따라갈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어요.
“천천히 가. 가시덤불에 다칠 수 있어.”
아폴론이 불렀지만, 다프네는 멈추지 않았어요. 그 말은 걱정처럼 들렸지만, 정말 다프네를 걱정했다면 먼저 뒤쫓기를 멈추어야 했지요.
나뭇가지가 다프네의 머리카락을 스쳤어요. 돌부리가 발밑에서 굴렀어요. 다프네는 익숙한 숲길을 골라 달렸지만, 신인 아폴론은 점점 가까워졌어요. 숨이 가빠지고 다리의 힘도 빠지기 시작했어요.
다프네는 저 멀리 반짝이는 강물을 보았어요. 아버지 페네이오스의 강이었어요. 그는 남은 힘을 다해 강가로 달려갔어요.
“아버지, 도와주세요. 이 모습 때문에 쫓기고 있다면 제 모습을 바꾸어 주세요.”
다프네의 부탁이 끝나자 발끝이 땅에 붙었어요. 가느다란 뿌리가 흙속으로 뻗었고, 두 다리는 단단한 줄기로 바뀌었어요. 허리를 감싼 껍질은 어깨까지 올라왔어요. 머리카락은 짙은 초록 잎이 되었고, 높이 든 두 팔은 길고 가는 가지가 되었지요.

숲길을 달리던 다프네는 이제 한 그루의 월계수가 되어 있었어요. 심장은 나무껍질 안에서 마지막까지 두근거리는 듯했어요. 아폴론은 손을 뻗었지만, 그가 앞에 선 것은 더 이상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아폴론은 월계수의 잎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겠다고 말했어요. 노래와 시를 잘하는 사람, 큰 경기에서 이긴 사람의 머리에 월계관을 씌우겠다고 했지요. 바람이 불자 나뭇가지가 천천히 흔들렸어요. 오래된 이야기에서는 그 모습을 나무가 대답한 것처럼 전해요. 그러나 다프네가 달아난 까닭은 분명했어요. 그는 원하지 않는 뒤쫓음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 뒤 사람들은 반짝이는 월계수 잎으로 둥근 관을 만들었어요. 월계관은 승리와 뛰어난 솜씨를 나타내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 이야기의 처음에는 아폴론의 승리가 아니라 다프네의 선택이 있었어요.
숲에 남은 월계수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잎이 서로 스칠 때마다 작은 소리가 났어요. 누구의 마음도 힘으로 얻을 수 없고, “싫다”는 뜻은 힘센 신도 멈춰 서서 들어야 한다는 말을 들려주는 것 같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