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아르카디아의 한 동굴에서 헤르메스가 태어났어요. 어머니는 마이아, 아버지는 신들의 왕 제우스였어요. 갓 태어난 아이였지만 보통 아기처럼 요람에만 누워 있지는 않았지요.
헤르메스는 동굴 밖을 살피고 새로운 악기를 만들었어요. 줄을 손가락으로 튕겨 소리를 내는 리라였어요. 그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자기 가족과 탄생을 노래했지요.
그날 저녁, 헤르메스는 또 다른 일을 벌였어요. 형인 아폴론이 돌보던 소 떼에서 쉰 마리를 몰고 떠난 거예요. 아폴론은 음악과 예언의 신이었어요. 예언은 앞날의 일을 알려 주는 것이지요.
헤르메스는 발자국을 보고도 길을 쉽게 알 수 없도록 흔적을 헷갈리게 했어요. 그러나 지나가는 모습을 본 노인까지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었어요.
소들을 숨긴 헤르메스는 동굴로 돌아왔어요. 다시 요람에 누우니 긴 길을 다녀온 신이라기보다 조용한 아기처럼 보였지요. 하지만 어머니 마이아는 그가 한 일을 꾸짖었어요.

한편 아폴론은 사라진 소를 찾아 흔적을 따라가고 있었어요. 이상한 발자국과 노인의 말을 살핀 끝에 헤르메스의 동굴에 이르렀어요.
“내 소들이 어디에 있느냐?”
헤르메스는 갓 태어난 자기가 어떻게 소를 몰 수 있겠느냐며 모르는 척했어요. 아폴론은 믿지 않았어요. 두 형제는 결국 아버지 제우스에게 가게 되었지요.
제우스는 능숙하게 발뺌하는 어린 신을 보고 웃었어요. 그렇다고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는 헤르메스에게 아폴론을 소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라고 명령했어요.
두 형제는 다시 길을 떠났어요. 숨겨 둔 소를 찾았지만, 가져간 소 가운데 일부가 이미 제물로 쓰인 것도 드러났어요. 다툼이 다시 커질 수 있는 순간이었지요.
그때 헤르메스가 자신이 만든 리라를 연주했어요. 아폴론은 처음 듣는 악기 소리에 마음이 끌렸어요. 소만 되찾으려던 형 앞에 동생이 가진 다른 재주가 나타난 거예요.

아폴론은 리라를 갖고 싶어 했어요. 헤르메스도 무엇을 주고받을지 의논할 수 있게 되었지요. 헤르메스는 리라를 건네고, 아폴론은 동생에게 소 떼를 돌볼 몫을 주었어요.
그 뒤 두 신은 서로 맡을 일을 나누었어요. 아폴론은 모든 능력을 동생에게 내어 주지는 않았고, 헤르메스도 지켜야 할 경계를 알게 되었어요. 속이고 뒤쫓던 관계가 약속을 나누는 관계로 바뀐 것이었지요.
태어난 날 시작된 소동은 형제의 다툼으로 끝나지 않았어요. 아폴론에게는 새로운 악기가 생겼고, 헤르메스에게는 맡아서 돌볼 일이 생겼어요. 빼앗는 대신 서로 건네기로 했을 때 두 신의 관계도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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