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는 태어난 바로 그날, 요람에 얌전히 누워 있기보다 아폴론의 소 떼를 훔칠 궁리부터 시작했어요. 아침에 세상에 나온 아기가 한낮에는 악기를 만들고, 저녁에는 신의 가축을 몰고 사라졌다는 이야기예요. 《호메로스 찬가》 4번은 이 믿기 어려운 하루를 무려 580행에 걸쳐 들려줍니다.
아르카디아의 킬레네 산에는 마이아가 머무는 동굴이 있었어요. 마이아는 아틀라스의 딸이자 플레이아데스 가운데 한 명이었고,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헤르메스를 낳았습니다. 새로 태어난 아이는 오래 누워 있지 않았어요. 몸을 일으켜 동굴 밖으로 나갔고, 문가에서 작은 거북 한 마리를 발견했지요.
헤르메스는 거북의 단단한 등딱지를 바라보았습니다.
“이 조그만 몸 안에 꽤 멋진 소리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는 거북의 껍질에 갈대를 맞추고, 가죽과 뿔을 붙이고, 일곱 줄의 현을 매달았어요. 손가락으로 줄을 퉁기자 처음 보는 악기에서 맑은 소리가 울렸습니다. 헤르메스는 곧바로 노래를 붙였어요. 자신의 아버지 제우스와 어머니 마이아,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노래했지요. 조금 전까지 세상에 없던 악기, 리라가 그렇게 그의 손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헤르메스의 관심은 오래 한곳에 머물지 않았어요. 그는 리라를 요람 곁에 내려놓고 동굴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멀리 피에리아에는 아폴론이 아끼는 소 떼가 있었어요. 활과 예언, 음악의 신으로 잘 알려진 아폴론에게 그 소들은 소중한 재산이었습니다.
헤르메스는 마치 이미 다음 장면을 알고 있다는 듯 움직였어요.
“좋아. 이제 다른 일을 해 볼 차례야.”
해가 기울 무렵, 그는 피에리아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소 떼 가운데 쉰 마리를 떼어 냈어요. 문제는 흔적이었습니다. 수십 마리의 소가 움직이면 땅에 발자국이 남을 수밖에 없지요. 누군가 그 흔적을 따라오면 도둑이 어디로 갔는지 금세 알 수 있었어요.
헤르메스는 소들의 발자국을 바라보다가 엉뚱한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흔적이 실제 이동 방향과 반대로 보이도록 소들을 몰았어요. 앞쪽으로 간 소가 마치 반대편에서 걸어온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속임수였습니다. 자신도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가벼운 신발로 발자국을 흐렸어요.
“발자국이 말을 한다면, 엉뚱한 이야기를 하게 만들면 되지.”
소 떼는 모래와 들판을 지나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완벽한 비밀은 아니었어요. 온케스토스 근처에서 포도밭을 돌보던 한 노인이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헤르메스는 걸음을 멈췄어요.
“어르신, 오늘 본 일은 보지 않은 셈으로 해 주세요. 들은 것도 듣지 않은 셈으로요.”
노인은 눈앞을 지나가는 낯선 소 떼와 어린 신을 바라보았습니다. 헤르메스는 더 오래 머물지 않았어요. 그는 다시 소들을 몰았고, 밤이 깊어지는 동안 산과 골짜기, 평원을 지나 알페이오스 강 근처까지 내려갔습니다.
그곳에서 헤르메스는 소 떼를 숨겼어요. 두 마리는 신들에게 바치는 제물로 쓰고, 열두 몫으로 나누었습니다. 정작 자신은 고기를 먹지 않았어요. 찬가는 그가 먹고 싶은 마음을 느꼈지만 손대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이제 막 태어난 신이면서도 자신이 올림포스의 신들 사이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지를 의식한 듯 보이는 대목이에요.
일이 끝나자 헤르메스는 남은 흔적을 정리하고 킬레네의 동굴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포대기에 몸을 감쌌습니다. 바구니 요람에 누운 모습만 보면, 그날 밤 수십 마리의 소를 몰았다고는 누구도 믿기 어려웠지요.
아침이 되자 마이아가 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헤르메스가 정말 무엇을 했는지 모를 리 없었어요.
“너는 태어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단다.”
헤르메스는 요람 속에서 태연했어요.
“그러니까 더더욱 제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그때 다른 곳에서는 아폴론이 사라진 소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는 피에리아의 풀밭을 살폈고, 이상한 발자국을 발견했어요. 흔적은 분명 소의 것이었지만 방향이 맞지 않았습니다. 밖으로 나간 것 같기도 하고 안으로 들어온 것 같기도 했지요.
아폴론은 발자국 앞에 서서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누가 내 소를 가져갔다면, 평범한 도둑은 아니겠군.”
아폴론은 단서를 좇아 온케스토스로 향했어요. 포도밭의 노인은 밤에 지나간 소 떼를 떠올렸습니다. 찬가에서 그는 아폴론에게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고 말해요. 어린아이가 소들을 몰고 있었고, 발자국은 도무지 알아보기 어려웠다는 식이었지요.
아폴론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신의 예지와 눈앞의 흔적을 합치자 답이 보였어요. 그는 킬레네 산의 마이아 동굴로 향했습니다.

동굴 안에는 마이아와 갓난아기가 있었어요. 헤르메스는 다시 포대기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아폴론은 요람을 바라보다가 마이아에게 말했어요.
“당신의 아들이 내 소를 가져갔습니다.”
마이아에게는 황당하게 들릴 만한 말이었어요. 눈앞에는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아이가 누워 있었으니까요.
“이 아이가요?”
아폴론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아이입니다.”
헤르메스는 눈을 크게 뜨고 형을 바라보았습니다.
“소가 뭐예요? 저는 소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요.”
아폴론의 표정은 더 단단해졌어요.
“그 말은 제우스 앞에서도 해 보아라.”
아폴론은 헤르메스를 데리고 올림포스로 올라갔습니다. 이제 작은 동굴 안의 말싸움이 아니라 신들의 왕 앞에서 판정을 받아야 했어요. 헤르메스는 아폴론의 팔에 붙들려 가면서도 자신이 불리하다는 기색을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올림포스에서 제우스가 두 아들을 내려다보았어요. 한쪽에는 잃어버린 소를 찾으러 온 아폴론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포대기를 들고 선 갓난아기 헤르메스가 있었습니다.
아폴론이 먼저 말했어요.
“아버지, 제 소를 훔친 자를 찾았습니다. 바로 이 아이입니다.”
헤르메스가 곧바로 받아쳤어요.
“아버지, 저는 진실만 말하겠습니다. 어제 태어난 제가 어떻게 소 떼를 몰 수 있겠어요? 아폴론 형은 젊고 힘도 세지만, 저는 아직 요람에 누워 있어야 할 아기입니다.”
그 말은 너무 뻔뻔해서 오히려 놀라울 정도였어요. 《호메로스 찬가》 368~396행에서 헤르메스는 자신이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며 결백을 주장합니다. 이미 독자는 그가 소를 훔기는 장면을 전부 보았으니, 이 변명이 얼마나 대담한지도 알고 있지요.
제우스는 두 아들을 번갈아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어요. 그는 헤르메스의 말을 믿어서 웃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가 이렇게 능숙하게 죄를 부인하는 모습 자체가 우스웠던 것이지요.
하지만 판정은 분명했습니다.
“헤르메스, 아폴론을 소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거라. 그리고 둘이 다투지 말고 함께 돌아오너라.”
헤르메스는 더 이상 버티지 않았어요.
“알겠습니다, 아버지.”
두 형제는 다시 길을 내려갔습니다. 조금 전까지 도둑과 피해자로 맞서 있던 두 신이 나란히 알페이오스 강 쪽으로 향했어요. 아폴론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고, 헤르메스는 자신의 비밀 장소를 향해 앞장섰습니다.
마침내 숨겨 둔 소들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아폴론은 잃어버린 가축을 되찾았지만, 그곳에서 제물로 쓰인 두 마리의 흔적도 보았습니다. 긴장이 다시 높아졌어요. 아폴론이 헤르메스를 붙잡으려 했을 때, 헤르메스는 또 다른 재주로 위기를 바꾸었습니다.
그는 아침에 만들었던 리라를 꺼냈어요.
첫 음이 울리자 아폴론의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헤르메스는 계속 연주했어요. 일곱 줄에서 이어지는 소리는 아폴론이 전에 듣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활과 예언뿐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신이었던 아폴론에게 그 악기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어요.
“그 악기는 무엇이지?”
“오늘 만들었습니다.”
“오늘?”
“네. 꽤 괜찮은 소리가 나지요?”
아폴론은 소 떼와 리라를 번갈아 바라보았습니다. 조금 전까지는 헤르메스를 벌줄 생각뿐이었지만, 이제 눈앞에 전혀 다른 가능성이 생겼어요.
“그 리라를 내게 주겠느냐?”
헤르메스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습니다.
“형이 그 악기를 원한다면, 저도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말해 보아라.”
“소들을 돌보는 권한을 제게 주세요.”
두 신의 싸움은 거래로 바뀌었습니다. 아폴론은 자신을 그토록 화나게 한 소 떼를 헤르메스에게 맡기고, 헤르메스는 자신이 막 만들어 낸 리라를 아폴론에게 건넸어요. 도둑맞은 물건을 되찾는 것으로 끝날 것 같았던 사건이 두 신의 역할을 정하는 교환으로 바뀐 순간입니다.

리라를 손에 넣은 아폴론은 연주를 배우며 기뻐했고, 헤르메스에게는 가축을 돌보는 몫이 생겼어요. 훗날 리라는 아폴론의 가장 유명한 상징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처음 만든 이는 헤르메스였지만, 그 악기가 누구의 손에 자리 잡았는지는 이 형제의 화해가 결정한 셈이지요.
헤르메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그는 다시 갈대로 피리를 만들었습니다. 아폴론은 그 소리에도 관심을 보였고, 두 신은 또 다른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찬가의 후반에서 아폴론은 헤르메스에게 금으로 된 지팡이를 주고, 일정한 범위의 점술을 배울 길도 알려 줍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에게 가축과 여러 동물을 돌보는 권한, 그리고 하데스에게도 오갈 수 있는 전령의 역할을 확인해 줍니다.
아침에 태어나 저녁에 소를 훔쳤던 아이는 하루가 끝날 무렵 완전히 다른 위치에 서 있었어요. 더 이상 마이아의 동굴에 숨어 사는 이름 없는 아기가 아니었습니다. 올림포스의 신들이 인정하는 전령이자, 길과 경계, 교환과 재치, 가축과 이동을 맡는 신으로 자리를 얻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가장 놀라운 변화는 아폴론과의 관계였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아폴론은 소를 훔친 범인을 잡으러 온 형이었어요. 헤르메스는 끝까지 발뺌하는 동생이었지요. 하지만 찬가 521행 이후 두 신은 서로의 것을 침범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우정을 맺습니다. 아폴론은 헤르메스를 다른 제우스의 자식들 가운데서 특별히 가까운 존재로 대하겠다고 맹세해요.
“이제 내 것을 훔치지 마라.”
“형도 이제 저를 도둑으로만 보지는 마세요.”
“그건 네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
헤르메스는 웃었을지도 몰라요. 그날의 결과만 놓고 보면 그는 소를 훔쳤다가 모든 것을 잃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고, 아폴론과 거래하고, 제우스에게 인정받으며 신들의 세계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헤르메스가 단순한 ‘도둑 신’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경계를 넘지만, 그 경계를 무너뜨리기만 하지는 않아요. 소를 훔친 행동은 갈등을 만들었지만, 리라를 건네는 교환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습니다. 속임수는 싸움을 일으켰지만, 말과 협상은 형제의 관계를 바꾸었어요. 훗날 헤르메스가 여행자와 상인, 전령과 협상의 신으로 이해되는 모습이 이 첫날의 이야기 안에 이미 씨앗처럼 들어 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리라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이에요. 우리는 흔히 아폴론을 리라와 함께 떠올립니다. 그러나 《호메로스 찬가》 4번에서는 그 악기를 처음 만드는 신이 헤르메스입니다. 헤르메스는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곧바로 그것을 교환 수단으로 사용해요. 아폴론은 리라를 받아 자신의 음악적 권위와 결합합니다. 한 악기를 두 신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완성하는 셈이지요.
후대의 키르케 이야기에서 헤르메스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오디세이아》 10권에서 그는 오디세우스가 키르케의 마법에 맞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신으로 등장해요. 소를 훔치던 신생아가 훗날 영웅에게 길과 해결책을 알려 주는 전령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함께 보면, 헤르메스의 성격이 단순한 장난꾸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또 그리스 신화 원전 안내서에서 설명했듯, 이런 이야기는 하나의 ‘그리스 신화 성경’에 적힌 것이 아닙니다. 헤르메스의 첫날을 가장 길고 생생하게 전하는 문헌은 《호메로스 찬가》 4번이고, 후대의 아폴로도로스는 같은 사건을 훨씬 짧게 요약해 전합니다. 그래서 어느 문헌을 읽느냐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질 수 있어요.
헤르메스의 첫날은 그렇게 끝납니다. 요람에서 시작한 하루는 피에리아의 소 떼, 뒤집힌 발자국, 아폴론의 추적, 제우스의 재판, 리라의 연주와 형제의 화해를 지나 다시 올림포스로 이어졌어요. 하루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신이 하루 만에 자신의 상징과 역할, 형제와의 관계까지 얻은 셈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시작에는 작은 거북과 한 가지 생각이 있었어요.
‘이걸로 새로운 소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헤르메스에게 세상은 정해진 규칙만 따르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눈앞의 물건을 다른 용도로 바꾸고, 막힌 길에서는 새로운 흔적을 만들고, 싸움의 끝에서는 교환의 방법을 찾아내는 곳이었어요. 바로 그 점 때문에 헤르메스는 그리스 신들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가장 영리하며,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 가운데 하나로 남았습니다.
이야기 뒤의 원전 기록
이 글의 중심 원전은 《호메로스 찬가》 4번 〈헤르메스에게〉 1~580행입니다. 1~21행은 마이아와 헤르메스의 탄생, 22~61행은 거북을 이용한 리라 제작, 68~137행은 아폴론의 소를 훔치고 흔적을 숨기는 과정, 184행 이후는 아폴론의 추적과 킬레네 동굴에서의 대면, 320행대 이후는 올림포스의 재판, 397행 이후는 소의 반환과 리라 연주, 418행 이후는 두 신의 교환과 화해, 521~580행은 우정의 맹세와 헤르메스의 신적 역할을 전합니다. 대화와 장면 연결은 이 사건·관계 범위 안에서 서사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아폴로도로스의 짧은 전승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3.10.2, 또는 연속 번호 3.112~115에도 같은 사건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도 마이아가 킬레네의 동굴에서 헤르메스를 낳고, 헤르메스가 피에리아로 가서 아폴론의 소를 훔치며, 아폴론이 마이아의 동굴에서 아기를 찾아 제우스에게 데려갑니다. 이후 헤르메스는 소를 돌려주고 리라를 아폴론에게 주며, 피리와 지팡이, 점술에 관한 교환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다만 580행짜리 찬가에 비해 말싸움과 웃음, 추적 과정이 매우 짧게 정리됩니다.
왜 이 찬가가 헤르메스를 이해하는 핵심 문헌인가
짧은 신화 사전에서는 헤르메스를 전령의 신, 상인과 여행자의 신, 도둑의 수호신처럼 여러 기능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호메로스 찬가》 4번은 그 기능들을 한 사건 안에서 연결해 보여 줍니다. 길을 건너 소를 몰고, 발자국을 속이고, 말로 형과 다투고, 악기를 발명해 물건을 교환하며, 마지막에는 제우스의 전령 자리를 얻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으면 서로 따로 보이던 ‘길·경계·재치·거래·가축·전령’이라는 헤르메스의 성격이 왜 한 신에게 모였는지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또 《호메로스 찬가》 18번은 헤르메스를 훨씬 짧게 찬양합니다. 긴 4번처럼 소 절도와 형제의 말싸움을 자세히 펼치지는 않지만, 마이아와 제우스의 아들이며 킬레네와 관련된 신이라는 기본 정체성을 다시 확인해 줍니다. 같은 신을 노래하는 찬가라도 공연 목적과 길이에 따라 무엇을 자세히 말하고 무엇을 생략하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좋은 사례입니다.
장소를 따라가면 보이는 이야기
이 사건은 한 장소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헤르메스는 아르카디아의 킬레네에서 태어나고, 아폴론의 소가 있는 피에리아까지 움직입니다. 이동 중 온케스토스에서 포도밭의 노인과 마주치고, 소들은 알페이오스 강과 필로스 쪽에 숨겨집니다. 이후 다시 킬레네와 올림포스를 거쳐 소가 있는 곳으로 돌아갑니다. 태어나자마자 여러 경계를 넘는 이동 자체가 훗날 여행자와 길의 신이 되는 헤르메스의 성격과 잘 어울리는 구조입니다.
고대 미술에서 달라지는 헤르메스와 아폴론
고대와 후대 미술에서 헤르메스는 날개 달린 신발이나 여행자의 모자, 전령의 지팡이를 든 모습으로 자주 식별됩니다. 반면 아폴론은 활과 리라가 대표적인 속성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찬가에서는 리라가 처음부터 아폴론의 물건이 아니라 헤르메스가 발명해 건네는 선물로 등장합니다. 본문에 사용한 헤르메스와 아폴론의 소장품 이미지는 이야기 속 순간을 직접 기록한 그림은 아니지만, 후대에 두 신의 성격과 상징이 어떻게 굳어졌는지를 보여 주는 비교 자료입니다.
헤르메스가 제우스의 전령으로 지하세계에 내려가는 장면은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의 이별과 귀환에서 이어집니다.
고전 문헌·이미지 출처
- Homeric Hymn 4 to Hermes, 1–580행. Perseus Catalog 및 Hugh G. Evelyn-White 1914 판본을 기준으로 행 번호를 확인했습니다. Perseus Catalog
- Homeric Hymn 4 to Hermes, 전체 본문과 행 구분. Theoi Classical Texts Library
- Pseudo-Apollodorus, Bibliotheca 3.10.2 / 3.112–115. 헤르메스의 탄생·소 절도·리라 교환을 압축해 전하는 비교 전승.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Apollo and Mercury as Infants, Francesco Bartolozzi, 1797. Public Domain / Open Access.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Bronze statuette of Hermes, 1st century BCE–1st century CE. Public Domain / Open Access.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Bronze statuette of Apollo, ca. 500 BCE. Public Domain / Open Acc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