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칼립소의 섬을 떠난 오디세우스

아주 오래전,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였어요.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다가 바다 한가운데의 오기기아섬에 머물게 되었어요. 그 섬에는 칼립소라는 님프가 살았지요. 님프는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신비로운 존재예요.

오기기아에는 향기로운 나무와 맑은 샘이 있었어요. 먹을 것도 넉넉했지요. 하지만 오디세우스에게 아름다운 섬은 집이 아니었어요. 그는 날마다 바닷가 바위에 앉아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았어요.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있는 이타카를 생각하면 눈물이 났지요.

올림포스의 신들은 오랫동안 돌아가지 못한 오디세우스를 가엾게 여겼어요. 마침내 제우스는 신들의 소식을 전하는 헤르메스를 불렀어요. “오기기아로 가서 칼립소에게 전해라. 이제 오디세우스를 보내 주어야 한다.”

날개 달린 지팡이가 곁에 놓인 헤르메스의 옆얼굴 금제 메달
헤르메스의 얼굴을 새긴 금제 메달 — 출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헤르메스는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바다 위를 건넜어요. 칼립소의 동굴에 도착한 그는 제우스의 뜻을 전했어요. 오디세우스가 혼자 뗏목을 만들어 섬을 떠나도록 도우라는 명령이었지요.

칼립소의 얼굴에 서운함이 번졌어요. 바다에 떠밀려 온 오디세우스를 구하고 돌본 것은 자신이었어요. 그를 보내면 섬에는 다시 긴 고요가 찾아올 터였지요. 칼립소는 신들의 명령이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지만, 끝내 거스르지는 않았어요.

칼립소는 바닷가로 가서 오디세우스를 찾았어요. 그는 그날도 파도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어요. “이제 더는 슬퍼하지 말아요. 당신이 고향으로 갈 수 있게 도와줄게요.”

뜻밖의 말을 들은 오디세우스는 곧바로 기뻐하지 못했어요. 작은 뗏목으로 넓은 바다를 건너라는 말이 함정일까 두려웠지요. 그는 칼립소에게 자신을 해칠 계획이 없다고 맹세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칼립소는 웃으며 하늘과 땅과 스틱스강을 두고 맹세했어요. 스틱스강은 신들도 함부로 어길 수 없는 맹세를 할 때 부르는 저승의 강이에요. “당신을 해치지 않겠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길을 마련해 줄게요.”

그날 저녁,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마주 앉아 식사했어요.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에게 섬에 남으면 늙지 않고 죽지 않게 해 주겠다고 말했어요. 고향으로 가는 길에는 또 많은 고생이 기다릴 것이라고도 했지요.

오디세우스는 칼립소를 깎아내리지 않았어요. 늙지도 죽지도 않는 칼립소와 인간인 페넬로페가 같을 수 없다는 것도 인정했지요. 그래도 그의 대답은 바뀌지 않았어요. “무슨 일이 닥쳐도 견디겠어요. 나는 날마다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요.”

다음 날 아침,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에게 청동 도끼와 나무를 다듬는 연장을 주었어요. 물에 잘 뜨는 나무가 있는 곳도 알려 주었지요. 오디세우스는 나무 스무 그루를 베어 곧게 다듬고, 널빤지를 맞물려 넓은 뗏목을 만들었어요.

일은 나흘 동안 이어졌어요. 오디세우스는 돛대와 키를 세우고, 파도를 막을 울타리도 둘렀어요. 칼립소는 돛으로 쓸 천을 가져왔어요. 붙잡고 싶었던 사람의 떠날 길을 이제는 자기 손으로 돕고 있었지요.

다섯째 날, 칼립소는 뗏목에 물과 포도주와 먹을 것을 실어 주었어요. 깨끗한 옷도 마련하고, 별을 보며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알려 주었지요. 마지막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을 불게 했어요.

푸른빛과 잿빛이 섞인 잔잔한 바다 위를 나아가는 작은 돛배
잔잔한 바다를 건너는 돛배 — 출처: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오디세우스가 돛을 올리자 뗏목이 천천히 섬에서 멀어졌어요. 그는 뒤를 돌아보았어요. 푸른 숲과 칼립소의 동굴은 점점 작아졌지요. 안전한 섬을 떠나면 또 폭풍이 올 수도 있었지만, 그는 위험이 없는 머묾보다 집으로 향하는 길을 택했어요.

그 길 끝에서 오디세우스는 훗날 스케리아에서 나우시카를 만나게 돼요. 그러나 그때 그는 앞날을 알지 못했어요. 다만 오기기아가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는 순간, 오래 멈춰 있던 귀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