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인간에게 불이 돌아온 뒤에도 왜 삶이 힘들어졌는지 이야기를 전했어요. 그 이야기에는 신들의 왕 제우스와 판도라라는 여인이 나와요.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몰래 불을 가져다준 일에 화가 나 있었어요. 그는 인간에게 선물처럼 보이지만 어려움을 안겨 줄 존재를 보내려 했지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사람의 모습을 만들었어요. 아테나와 아프로디테, 헤르메스 등 여러 신이 각자의 선물을 더했지요. 그렇게 만들어진 여인의 이름은 판도라였어요. 여러 선물을 받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이름이에요.

판도라는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내졌어요. 에피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준 프로메테우스의 형제예요. 프로메테우스는 그에게 미리 경고했어요.
“제우스가 보낸 선물은 받지 마.”
그러나 에피메테우스는 선물을 받아들였어요. 형제의 경고를 듣고도 제우스가 보낸 판도라를 맞아들인 거예요.
그 뒤 판도라가 커다란 항아리의 뚜껑을 열었어요. 오늘날에는 흔히 ‘판도라의 상자’라고 부르지만, 이 이야기에서 열리는 것은 곡물이나 기름을 보관하던 종류의 항아리예요.

뚜껑이 열리자 사람들을 괴롭히는 어려움들이 밖으로 퍼졌어요. 질병과 고된 일이 인간 곁에 오게 되었지요. 에피메테우스는 그제야 형제의 경고가 왜 있었는지 깨달았어요.
판도라가 다시 뚜껑을 닫았을 때 항아리 안에는 하나가 남아 있었어요. 엘피스, 흔히 희망이라고 옮기는 것이었어요.
희망이 남았다는 말은 서로 다르게 읽혀요.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을 지탱할 것이 남았다고 볼 수 있어요. 반대로 항아리 안에 갇혀 있다면 인간이 손에 넣지 못한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지요.
뚜껑은 닫혔지만 그 뜻에 관한 물음까지 닫히지는 않았어요. 이 이야기는 판도라 혼자 모든 일을 계획한 것처럼 읽어서도 안 돼요. 제우스의 계획과 여러 신의 선물,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선택이 앞에 있었으니까요.
판도라의 항아리는 인간의 고단한 삶을 설명하려던 옛 신화예요. 오늘날 여성에게 불행의 책임을 돌리는 말이 아니에요. 항아리 밖으로 퍼진 어려움과 안에 남은 희망은, 사람들에게 삶을 어떻게 바라볼지 묻는 이야기로 남았어요.
함께 읽기: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 · 미다스의 황금 손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