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트로이에서는 긴 전쟁이 이어지고 있었어요. 트로이를 지키는 장수 헥토르와 그리스군의 영웅 아킬레우스는 서로 적이었어요.
아킬레우스는 한동안 자기편 지도자와 다투어 싸움에 나가지 않았어요. 그사이 가까운 동료 파트로클로스가 대신 전장에 나섰다가 헥토르와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었지요. 이 소식을 들은 아킬레우스가 다시 돌아오면서 트로이군은 큰 위험에 놓였어요.
헥토르에게도 후회가 있었어요. 군대를 성 안으로 물리자는 조언을 따르지 않았다가 많은 병사가 피해를 입었거든요. 그는 자기만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어요.
성벽 위에서 아버지 프리아모스와 어머니 헤카베가 불렀어요.
“헥토르, 안으로 들어오너라!”
그러나 헥토르는 성문 밖에 남았어요. 싸우지 않고 화해할 길도 생각했지만, 동료를 잃고 분노한 아킬레우스가 그 말을 들으리라 믿기 어려웠지요.
막상 아킬레우스가 가까이 오자 두려움이 앞섰어요. 헥토르는 달리기 시작했고 아킬레우스가 뒤쫓았어요. 헥토르가 성문 쪽으로 가려 할 때마다 아킬레우스가 먼저 길을 막았어요. 가까이 보이는 성벽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추격이 이어졌지요.

아킬레우스를 돕던 여신 아테나는 헥토르가 달아나지 않고 멈춰 서게 하려 했어요. 그래서 헥토르의 형제 데이포보스 모습으로 나타나 함께 맞서자고 말했지요. 헥토르는 형제가 성 밖까지 자신을 도우러 왔다고 믿고 멈추었어요.
두 사람이 맞서던 중 헥토르는 형제를 불렀어요. 그러나 대답이 없었어요. 함께 서 있다고 믿었던 이는 실제 형제가 아니었고, 헥토르는 신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헥토르는 결국 아킬레우스에게 패해 목숨을 잃었어요. 가족에게 돌려보내 달라는 마지막 부탁도 그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요. 전쟁터의 싸움이 끝나도 남은 가족의 슬픔은 끝나지 않았어요.
아버지 프리아모스는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직접 적의 진영으로 가기로 했어요. 돌려받는 대가로 줄 물건을 마련하고, 헤르메스의 도움을 받아 아킬레우스에게 갔지요.

왕은 아킬레우스에게 그의 아버지를 생각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적의 장수도 누군가에게는 기다리는 아들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한 말이었어요.
아킬레우스는 마침내 마음을 누그러뜨렸어요. 헥토르를 가족에게 돌려보내고 장례를 치를 동안 싸움을 멈추기로 했지요.
헥토르는 성문 밖에서 아버지의 부름을 듣고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 뒤 아버지는 아들을 데려오려고 성문을 나섰어요. 적을 향한 분노만으로는 끝나지 않던 일이, 가족을 생각해 달라는 부탁 앞에서 잠시 멈추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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