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 모세와 히스기야의 두 기도

오래전의 두 기도가 훗날 한 공부방에서 나란히 놓였어요. 한 기도는 모세가 드렸고, 다른 기도는 그보다 여러 세기 뒤에 살았던 히스기야 왕이 드렸어요.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어요. 이 둘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사람은 탈무드를 공부하던 랍비들이었지요.

랍비 요하난은 랍비 요세 벤 지므라의 이름으로 한 가지 가르침을 전했어요. 사람이 자신의 공로에 기대어 부탁하면, 하늘은 다른 사람의 공로를 들어 돕는다고 했어요. 반대로 다른 사람의 공로에 기대어 부탁하면, 그 사람 자신의 공로가 드러난다고 했지요.

여기서 ‘공로’는 잘한 일 때문에 도움받을 자격이 있다고 여기는 마음을 뜻해요. 랍비들은 이 생각을 모세와 히스기야의 기도로 풀어냈어요.

먼저 모세의 때였어요.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큰 잘못을 저질렀어요. 모세는 백성을 살려 달라고 간절히 구했어요. 그러나 “제가 이만큼 잘했으니 제 말을 들어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모세는 하나님께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을 기억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자신보다 앞서 살았던 조상들과 그들에게 주어진 약속을 내세운 것이지요. 모세의 기도는 자기 자랑이 아니라, 더 오래된 관계와 약속을 바라보았어요.

그런데 훗날 시편은 그 일을 돌아보며 모세가 무너진 틈을 막아 선 사람이라고 말해요. 모세는 다른 이들의 공로를 내세웠지만, 뒤의 말씀은 오히려 모세가 한 일을 기억해 준 셈이에요.

이반 크람스코이의 1861년 회화 ‘홍해를 건넌 뒤 기도하는 모세’. 본문의 장면을 그대로 그린 작품은 아니지만, 모세의 기도하는 모습을 전해요. 벨라루스 국립미술관 소장 · Public domain

세월이 많이 흐른 뒤, 유다 왕국에는 히스기야가 살았어요. 병이 든 히스기야는 자신이 진실한 마음으로 살아온 일을 기억해 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도움을 청한 것이지요.

랍비들은 그 기도를 예루살렘을 지키겠다는 또 다른 말씀과 나란히 놓았어요. 그 말씀에서는 성을 구하는 까닭을 하나님의 뜻과 오래전 다윗에게 한 약속에서 찾았어요. 히스기야는 자신의 삶을 내세웠지만, 도움의 까닭은 자신보다 더 큰 약속에 이어졌어요.

모세와 히스기야의 모습은 서로 거울처럼 비쳤어요. 모세는 다른 사람들을 기억해 달라고 했는데 자신의 행동이 기억되었어요. 히스기야는 자신의 행동을 기억해 달라고 했는데 다른 이와 이어진 약속이 앞에 놓였어요.

랍비 여호수아 벤 레위는 히스기야가 평안의 소식을 받고도 마음 한쪽이 썼다고 풀이했어요. 평안이 자신의 공로 때문이라고 말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에요. 이것은 히스기야를 나쁜 왕으로 몰아세우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도움을 받을 때 사람의 마음에 자랑과 서운함이 얼마나 쉽게 섞이는지 살펴보게 하는 장면이에요.

그렇다면 잘한 일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일까요? 탈무드의 짧은 가르침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모세가 백성을 위해 나선 일도, 히스기야가 진실하게 살려고 한 일도 사라지지 않았어요. 다만 좋은 일을 도움의 값을 치른 영수증처럼 내밀지는 말라고 일깨워요.

우리는 혼자 만든 사람이 아니에요. 가족과 스승, 친구와 이웃이 건넨 도움 위에 서 있어요. 내가 어려울 때에는 다른 사람의 선한 마음이 나를 붙들 수 있어요. 또 내가 조용히 한 일이 어느 날 다른 사람을 지켜 줄 수도 있지요.

도움을 청할 때 “나는 이만큼 했으니 당연히 받아야 해”라고 말하면 마음이 좁아지기 쉬워요. 반대로 나보다 앞선 사람의 수고와 함께한 이들의 도움을 기억하면, 부탁은 자랑이 아니라 겸손한 손 내밀기가 돼요.

모세와 히스기야의 두 기도는 사람이 도움의 까닭을 모두 계산할 수 없다고 말해요. 내가 내세운 것과 실제로 나를 살리는 것이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랍비들은 자신의 공로를 세기보다, 약속과 관계 속에서 서로를 붙드는 삶을 바라보게 했어요.


이야기가 남긴 교훈

좋은 일을 했다고 해서 도움을 요구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에요. 도움을 받을 때에는 나 혼자 잘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를 먼저 도운 사람과 오래 이어진 약속을 기억해 보세요. 그리고 내가 한 선한 일도 자랑할 점수가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는 다리가 되게 하세요. 겸손은 자신을 작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들과 이어져 있음을 아는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