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그 옛날, 이스라엘 땅 수넴에 한 여인이 살았어요. 여인의 집 앞길로는 예언자 엘리사가 자주 지나갔어요. 예언자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전하던 사람이에요. 먼 길을 오가는 엘리사의 옷자락에는 늘 길의 먼지가 묻어 있었지요.
여인은 엘리사가 마을을 지날 때마다 식사를 대접했어요. 처음에는 따뜻한 음식 한 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몇 번이고 그를 맞이하면서 여인은 한 가지를 알아차렸어요. 손님에게는 배를 채울 음식만 아니라, 조용히 쉬고 생각을 가다듬을 자리도 필요했어요.
어느 날 여인은 남편에게 말했어요.
“우리 집을 자주 지나는 이분은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에요. 지붕 위에 작은 방을 하나 마련하면 어떨까요? 침대와 탁자, 의자와 등불을 두어요. 그러면 이분이 다시 올 때 편히 쉬어 갈 수 있을 거예요.”
남편도 그 뜻을 받아들였어요. 두 사람은 남는 물건을 아무렇게나 모아 두지 않았어요. 누울 침대, 공부하거나 먹을 때 쓸 탁자, 앉을 의자, 어둠을 밝힐 등불을 하나씩 골랐어요. 방은 작았지만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이 고루 갖추어졌어요.
엘리사가 다시 수넴에 왔을 때, 그 방은 조용히 문을 열어 주었어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쉬고 싶으면 쉴 수 있었고, 생각을 적고 싶으면 탁자 앞에 앉을 수 있었어요. 등불을 켜면 해가 진 뒤에도 방 안은 환했어요. 여인의 환대는 “우리 집에 왔으니 우리 방식대로 지내세요”라는 요구가 아니었어요. “필요할 때 이 자리를 쓰세요”라는 초대에 가까웠지요.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탈무드를 공부하던 현자들은 이 작은 방 이야기를 펼쳐 놓았어요. 그들은 먼저 방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물었어요. 라브는 원래 열려 있던 위층 공간에 지붕을 얹은 방이라고 풀이했어요. 슈무엘은 넓은 복도를 벽으로 나누어 만든 방이라고 보았어요.
두 사람의 설명은 달랐어요. 그러나 어느 쪽이든 여인과 남편이 이미 있던 공간을 손님의 필요에 맞게 바꾸었다는 점은 같았어요. 환대는 큰집을 가져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작은 공간도 누군가를 세심히 생각하면 쉼터가 될 수 있었어요.
현자들은 또 물었어요. “사람은 다른 이가 베푸는 도움을 받아도 될까요?”
아바예는 엘리사의 선택을 떠올렸어요. 도움이 필요하고 상대가 기꺼이 내어 준다면 받아도 된다고 보았어요. 도움을 받는 일이 곧 게으름이나 부끄러움은 아니라는 뜻이었어요.
하지만 도움을 받지 않기로 한 사람도 있었어요. 라마 사람 사무엘은 여행할 때 남의 집에 기대지 않았다고 전해져요. 현자들은 그가 어디를 가든 자기 집을 함께 가지고 다니는 것과 같았다고 표현했어요. 실제로 집을 등에 지고 갔다는 말은 아니에요. 머무를 방법을 스스로 마련했다는 뜻이지요.
엘리사와 사무엘의 선택은 서로 반대처럼 보여요. 그래도 현자들은 한쪽만 옳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정성껏 내민 도움을 고맙게 받는 길도 있고, 사정에 따라 정중히 사양하는 길도 있다고 보았어요. 중요한 것은 도움을 강요하지도, 받는 사람을 얕보지도 않는 태도였어요.
이야기는 다시 수넴 여인에게 돌아가요. 여인은 남편보다 먼저 엘리사의 사람됨을 알아보았어요. 현자들은 여인이 식탁과 잠자리를 가까이 살피면서 엘리사의 단정한 태도를 알아차렸다고 풀이했어요. 이름이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여러 날의 행동을 보고 마음을 헤아린 셈이에요.
그렇다고 엘리사 곁에 있던 모든 사람이 똑같이 믿을 만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현자들은 엘리사는 거룩했지만 그의 시종 게하시는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어요. 훗날 게하시가 여인의 몸을 함부로 잡아 밀어낸 행동이 그 까닭이었어요. 좋은 사람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의 행동까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어요.
이 대목은 여인이 사람을 보는 눈을 한층 또렷하게 보여 줘요. 여인은 높은 이름 때문에 무조건 믿지 않았어요. 엘리사의 조용한 행동을 보고 신뢰했고, 게하시의 무례한 행동은 다르게 보았어요. 환대는 아무 행동이나 참아 주는 일이 아니었어요. 친절한 마음과 안전한 경계는 함께 설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현자들은 엘리사가 그 집을 계속 지나갔다는 말에 마음을 두었어요. 한 현자는 배움의 길을 걷는 사람을 집에 맞아들이고 가진 것을 나누는 일을, 날마다 정성껏 예물을 드리는 일처럼 귀하게 여겼어요. 이것은 손님을 많이 부르면 더 훌륭하다는 경쟁이 아니에요. 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보고 꾸준히 내어 주는 정성을 높이 본 말이에요.
수넴 여인이 마련한 방은 크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안에는 침대와 탁자, 의자와 등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어요. 쉬어도 된다는 허락, 혼자 있을 수 있는 여유, 그리고 필요를 먼저 알아본 마음이었어요.
이야기가 남긴 교훈
친절은 내가 주고 싶은 것을 내미는 데서 끝나지 않아요.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고, 받아도 되고 사양해도 되는 자리를 남겨 주는 데까지 이어져요. 수넴 여인은 작은 공간을 세심한 쉼터로 바꾸었고, 현자들은 도움을 받는 선택과 거절하는 선택을 모두 존중했어요. 누군가를 돕되 그 사람의 자유와 경계도 함께 지켜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