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바우키스와 필레몬의 작은 집

아주 오래전, 소아시아의 프리기아 땅에 작은 마을이 있었어요. 마을 가장자리에는 갈대와 볏짚으로 지붕을 얹은 조그만 집 한 채가 서 있었지요.

그 집에는 바우키스와 필레몬이라는 노부부가 살았어요. 두 사람은 젊을 때 그 집에서 결혼했고, 함께 나이를 먹었어요.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서로 일을 나누고 작은 것에도 고마워했지요.

어느 날, 낯선 나그네 두 사람이 마을에 들어왔어요. 그들은 쉴 곳을 찾으며 집집마다 문을 두드렸어요.

“하룻밤 머물 수 있을까요?”

하지만 문은 하나도 열리지 않았어요. 마을 사람들은 창문을 닫고 모른 척했지요. 나그네들은 천 번째 집에서도 거절당한 뒤, 마을 끝의 낮은 문 앞에 섰어요.

필레몬이 문을 열었어요. 낡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을 본 그는 곧 안으로 불러들였어요.

“집은 작지만 쉬어 갈 자리는 있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바우키스는 거친 천을 작은 의자에 깔아 주었어요. 필레몬은 화덕의 재를 헤쳐 남아 있던 불씨를 살렸어요. 두 사람은 마른 나뭇가지를 넣고 입김을 불어 불꽃을 키웠지요.

부부는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씻고, 아껴 두었던 고기 한 조각을 잘라 냄비에 넣었어요. 다리가 흔들리는 식탁 밑에는 깨진 그릇 조각을 받쳤어요. 그 위에 올리브와 치즈, 달걀, 과일과 꿀을 정성껏 차렸지요.

음식은 소박했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밝았어요.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따뜻한 이야기도 건넸어요.

바우키스가 잔에 포도주를 따랐어요. 네 사람이 잔을 비우자 그는 다시 포도주를 따르려고 큰 그릇을 들여다보았어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분명 조금 전까지 거의 비어 있던 그릇이 다시 가득 차 있었어요. 포도주를 따라도 따라도 줄어들지 않았지요.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그제야 손님들의 정체를 알아차렸어요. 두 나그네는 사람의 모습으로 내려온 제우스와 헤르메스였어요. 날개 달린 신발과 지팡이를 감춘 채 사람들의 마음을 살펴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부부는 자신들이 차린 음식이 너무 초라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집을 지키는 단 한 마리의 거위라도 대접하려고 뒤뜰로 달려갔어요.

하지만 거위는 이리저리 달아났어요. 나이가 든 두 사람은 숨이 차도록 뒤쫓았지만 잡을 수 없었지요. 마침내 거위는 제우스의 곁으로 달려가 몸을 숨겼어요.

제우스가 웃으며 손을 들어 부부를 멈추게 했어요.

“거위를 해치지 마세요. 우리에게는 이미 충분한 대접을 해 주었습니다.”

그는 이어서 말했어요.

“이 마을은 어려운 이를 외면했습니다. 곧 큰물이 들이닥칠 테니, 두 사람은 우리와 함께 높은 곳으로 올라가세요.”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신들을 따라 언덕을 올랐어요. 숨이 차오를 때마다 서로의 손을 잡아 주었지요.

산마루 가까이에 이르러 뒤를 돌아보니, 마을은 넓은 물에 잠겨 있었어요. 부부는 이웃들의 일을 슬퍼했어요. 그런데 물 위에 그들의 작은 집만 남아 있었지요.

바로 그때, 낡은 집이 눈앞에서 변하기 시작했어요. 나무 기둥은 반짝이는 대리석 기둥이 되었어요. 갈대 지붕은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났고, 흙바닥은 하얀 돌 바닥이 되었어요. 작은 집은 신들을 위한 아름다운 신전이 되었답니다.

제우스가 물었어요.

“두 사람이 바라는 것을 말해 보세요.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습니다.”

필레몬은 혼자 대답하지 않았어요. 먼저 바우키스와 조용히 의논했어요. 두 사람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말했어요.

“저희가 이 신전을 돌보게 해 주세요.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것처럼 마지막 순간도 함께 맞게 해 주세요. 어느 한 사람이 먼저 떠나 다른 사람의 무덤을 바라보지 않게 해 주세요.”

신들은 그 소원을 들어주었어요.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그 뒤로 오랫동안 신전을 보살폈어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 주고, 작은 친절이 얼마나 큰 힘을 지니는지 들려주었지요.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어느 날, 두 사람은 신전 계단 앞에 나란히 서 있었어요. 그때 필레몬은 바우키스의 어깨에서 잎이 돋는 것을 보았어요. 바우키스도 필레몬의 팔이 나뭇가지로 변하는 것을 보았지요.

서로 가까이 선 두 사람이 가지와 잎을 뻗는 두 나무로 변하는 세로형 도안
두 사람이 가지와 잎을 뻗는 두 나무로 변하는 장면 — 출처: Rijksmuseum

두 사람의 발은 땅속으로 뿌리를 내렸어요. 몸에는 부드러운 껍질이 자라났고, 머리 위로 푸른 가지가 뻗었어요.

얼굴까지 나무껍질로 덮이기 전,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어요.

“잘 가요, 나의 소중한 사람.”

필레몬은 튼튼한 참나무가 되었고, 바우키스는 향기로운 보리수나무가 되었다고 해요. 두 나무의 가지는 서로를 감싸듯 가까이 얽혔어요.

그 뒤로 사람들은 두 나무에 꽃고리를 걸어 두었어요. 작고 낡은 집이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문을 열면, 그곳은 누구에게나 귀한 쉼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