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해적선 한 척이 그리스의 해안을 지나고 있었어요. 선원들은 바닷가에 선 한 청년을 보았어요. 자줏빛 옷을 입은 모습이 눈에 띄었지요.
선장은 부유한 집안의 아들일 것이라 생각했어요. 청년을 붙잡아 데려가면 몸값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여겼지요. 누구인지 묻지도 않은 채 해적들은 그를 배에 태웠어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청년을 묶으려 해도 밧줄이 저절로 풀려 바닥에 떨어졌어요. 청년은 달아나거나 애원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지요.
배의 키를 잡던 조타수가 그 모습을 유심히 보았어요. 조타수는 배의 방향을 맡은 사람이에요. 그는 이 청년이 보통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일지도 모릅니다. 서둘러 뭍으로 모셔다드립시다.”
그러나 선장은 듣지 않았어요. 청년에게서 받을 돈만 생각한 채 배를 계속 나아가게 했지요. 해안이 멀어져도 조타수의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때 배 안에서 낯선 향기가 났어요. 갑판에는 포도주가 흐르고, 돛 위로 포도덩굴이 뻗기 시작했어요. 담쟁이가 돛대를 감아 올라갔지요. 조금 전까지 평범하던 배가 바다 한가운데의 정원처럼 달라졌어요.
놀란 선원들이 배를 돌리라고 외쳤어요. 이제야 조타수가 했던 경고를 떠올린 거예요. 하지만 배 위의 변화는 멈추지 않았어요.
청년은 사자의 모습으로 변했고, 배 한가운데에는 곰도 나타났어요. 선장이 공격을 받자 다른 해적들은 달아나려고 바다로 들어갔어요. 그들은 물 위에서 돌고래의 모습으로 바뀌었지요.

조타수는 배에 남아 두려워했어요. 그러나 신은 그를 해치지 않고 안전하게 지켜 주었어요.
“두려워하지 마라.”
청년은 두려워하는 조타수에게 자기 이름을 알려 주었어요. 그는 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 디오니소스였어요.
밧줄이 풀릴 때만 해도 조타수는 어느 신인지 몰랐어요. 그래도 자신이 모르는 상대를 함부로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선장은 같은 일을 보고도 몸값을 받을 생각을 버리지 않았고요.
바다에는 돌고래들이 헤엄쳤어요. 배 위에는 청년을 붙잡지 못했던 밧줄이 남아 있었지요. 낯선 이를 겉모습과 값으로만 판단했던 해적들의 계획은 그 배에서 끝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