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아라크네와 베 짜기 대결

아주 오래전, 리디아 지방의 작은 마을 히파이파에 아라크네라는 소녀가 살았어요. 아라크네의 아버지 이드몬은 조개에서 얻은 물감으로 양털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사람이었어요. 집안은 넉넉하거나 이름난 편이 아니었지만, 아라크네에게는 누구도 쉽게 따라 하지 못할 재주가 있었어요.

아라크네가 손가락으로 양털을 고르면 거친 털이 구름처럼 부드러워졌어요. 물레를 돌리면 굵기가 고른 실이 길게 이어졌고, 베틀을 움직이면 여러 빛깔의 실이 그림으로 바뀌었지요. 완성된 천도 아름다웠지만, 사람들이 가장 놀란 것은 그녀가 천을 짜는 모습이었어요.

산에 살던 요정들도 포도밭과 샘을 떠나 아라크네의 작업실로 찾아왔어요. 아라크네가 북을 밀고 베틀의 빗을 당길 때마다 천 위에 나뭇잎과 사람, 흐르는 물결이 나타났어요. 사람들은 감탄하며 말했어요.

“이런 솜씨는 틀림없이 아테나 여신에게 배운 거야.”

하지만 아라크네는 그 말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아테나는 지혜와 여러 기술을 돌보는 여신이에요. 로마 사람들은 이 여신을 미네르바라고도 불렀어요. 아라크네는 자신의 노력까지 여신의 가르침으로 돌리는 말처럼 들려 속이 상했지요.

“나는 내 손으로 연습했어요. 아테나가 정말 나보다 뛰어나다면 직접 와서 겨뤄 보라고 하세요.”

그 말은 마침내 아테나에게 닿았어요. 여신은 곧바로 번쩍이는 갑옷을 입고 나타나지 않았어요. 허리가 굽고 흰 머리가 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해 지팡이를 짚고 작업실에 들어왔지요.

“오래 살다 보면 알게 되는 것도 있단다. 사람들 사이에서 뛰어난 솜씨를 자랑해도 좋아. 하지만 신과 겨루겠다는 말은 거두고 용서를 구하렴.”

아라크네는 베틀에서 손을 떼고 나이 든 여인을 바라보았어요. 목소리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지만, 아라크네는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아테나가 두려워서 오지 않는 건가요? 나는 지금도 겨룰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 순간 여인의 굽은 등이 곧게 펴졌어요. 흰 머리는 사라지고 눈부신 빛 속에서 아테나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구경하던 사람들은 놀라 고개를 숙였지만, 아라크네는 얼굴이 붉어진 채 그대로 서 있었어요. 이제 물러나면 자신의 말을 스스로 거두어야 했으니까요.

베 짜기 대결을 앞둔 아테나와 아라크네가 마주 선 작은 판화
아테나와 아라크네의 대결 — 출처: 레이크스미술관

두 사람은 나란히 베틀을 세웠어요. 세로실을 팽팽하게 걸고, 가로실을 감은 북을 그 사이로 빠르게 오갔지요. 보라색 실 옆에는 조금 더 밝은 실을 놓았고, 틈마다 금빛 실도 섞었어요. 멀리서 보면 서로 다른 색이 무지개처럼 부드럽게 이어졌어요.

아테나는 자신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아테네를 두고 겨룬 장면을 짰어요. 포세이돈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치자 물이 솟았고, 아테나가 땅을 찌르자 올리브나무가 자라났어요. 천의 네 귀퉁이에는 신에게 도전했다가 벌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넣었어요. 그림만으로도 “신과 겨루면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경고가 보였지요.

아라크네는 다른 장면을 골랐어요. 신들이 모습을 바꾸어 사람을 속이고 해친 이야기를 천에 짰어요. 흰 황소로 변한 신이 에우로페를 태우고 바다를 건너는 장면도 있었어요. 독수리와 백조, 황금빛 비로 변한 모습도 이어졌어요. 아라크네는 아름다운 무늬 속에 힘을 가진 이들의 잘못을 숨기지 않았어요.

마침내 두 사람이 동시에 손을 멈추었어요. 방 안에는 두 폭의 천이 팽팽하게 걸렸어요. 아테나의 천은 질서 있고 위엄이 넘쳤어요. 아라크네의 천은 살아 움직이는 듯했고, 매듭 하나 흐트러진 곳도 없었어요. 아테나는 그 솜씨에서 잘못을 찾아낼 수 없었어요.

그러나 아라크네가 짠 장면을 바라볼수록 아테나의 화는 커졌어요. 여신은 천을 찢고, 손에 든 북으로 아라크네의 이마를 쳤어요. 아라크네가 공들여 만든 그림은 바닥에 흩어졌어요.

아라크네는 자신의 작품과 자랑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을 견디지 못했어요. 깊은 절망에 빠진 아라크네는 자기 목숨까지 끊으려 했어요. 아테나는 아라크네를 그대로 죽게 두지는 않았어요. 대신 풀에서 얻은 즙을 몸에 뿌렸어요.

아라크네의 몸은 점점 작아졌어요. 손가락은 가느다란 다리로 바뀌고, 몸에서는 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아테나는 아라크네를 거미로 바꾼 것이었어요.

아테나가 아라크네를 거미로 바꾸는 장면을 그린 1676년 판화
거미로 변하는 아라크네 — 출처: 미국 국립미술관

작업실에는 찢어진 천과 멈춘 베틀이 남았어요. 하지만 아주 작은 거미는 가느다란 실을 내려 다시 무늬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신에게 맞설 만큼 솜씨를 믿었던 아라크네는 이제 말 대신 거미줄로 자신의 흔적을 남기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그 뒤로 거미가 공중에 정교한 그물을 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라크네를 떠올렸어요. 훌륭한 재주와 거침없는 말, 잘못을 지적한 천, 그리고 그 천을 찢어 버린 강한 힘이 한 작업실에서 부딪혔던 날을요. 아라크네의 베 짜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다시는 사람의 손으로 천을 짤 수는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