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레토의 물을 막은 사람들이 개구리가 된 날

아주 오래전, 레토라는 여신이 쌍둥이 아이와 함께 먼 길을 걷고 있었어요. 아이들의 이름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였어요. 두 아이는 훗날 밝은 빛과 활을 다루는 신으로 자라지만, 이때는 어머니의 품을 떠나기 어려운 어린아이였지요.

레토가 지나던 곳은 리키아라는 땅이었어요. 햇볕은 돌길을 뜨겁게 달구었고, 마른 풀잎은 발끝에 바스락거렸어요. 바람조차 어디에 숨었는지 나뭇잎 하나 움직이지 않았어요. 레토의 목은 바싹 말랐고, 아이들도 지쳐 보였어요.

레토는 그늘을 찾아 천천히 걸었어요. 하지만 낮은 언덕 너머에도 마른 밭만 이어졌어요. 물병은 이미 비어 있었지요. 레토는 빈 물병을 흔들어 보았지만, 안에서는 가벼운 공기 소리만 났어요.

그때 멀리서 초록빛이 반짝였어요. 버드나무 사이로 맑은 연못이 보였어요. 물가에는 부들이 곧게 서 있었고, 작은 새가 갈대 끝에 앉아 날개를 다듬고 있었어요. 레토는 마침내 숨을 돌렸어요.

연못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부들과 갈대를 베고 있었어요. 어떤 이는 잘라 낸 줄기를 묶었고, 어떤 이는 진흙 속에서 튼튼한 뿌리를 골랐어요. 그들의 발목 가까이까지 맑은 물이 찰랑거렸어요.

두 아이와 함께 연못가에서 물을 청하는 레토와 리키아 사람들을 그린 판화
연못가에서 물을 청하는 레토 — 출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레토는 물가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췄어요. 먼저 사람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지요. 그리고 지친 목소리로 말했어요. “물을 조금만 마셔도 될까요? 저와 아이들이 아주 오래 걸어왔어요.”

사람들은 일을 멈추고 낯선 여행자를 바라보았어요. 레토의 옷자락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고, 얼굴에는 긴 여행의 피곤함이 남아 있었어요. 그중 한 사람이 손을 내저었어요.

“안 돼요. 이 물은 우리 마을에서 쓰는 물이오. 다른 곳으로 가시오.”

레토는 연못을 바라보았어요. 물은 샘에서 계속 흘러 들어오고 있었어요. 새도 물을 마셨고, 잠자리도 물 위에 내려앉았어요. 한 사람이 두 손으로 떠 마신다고 해서 연못이 마를 것 같지는 않았어요.

레토는 화를 내지 않고 다시 부탁했어요. “저는 물을 가져가려는 게 아니에요. 그저 두 손으로 조금 떠서 목을 축이려는 거예요. 물은 햇빛과 공기처럼 길을 가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것이잖아요.”

아이들은 어머니 곁에서 조용히 기다렸어요. 레토는 아이들을 안심시키듯 손으로 등을 쓸어 주었어요. 연못의 맑은 물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웠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길을 비켜 주지 않았어요. 오히려 레토와 연못 사이에 나란히 섰어요. “들었으면 떠나시오.” 누군가가 더 큰 목소리로 말했어요.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들이 단지 거절하고 끝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사람들은 레토가 다시 물을 뜨지 못하게 하려고 연못 안으로 들어갔어요. 발로 바닥을 세게 밟고 손으로 진흙을 휘저었어요.

맑았던 물에 누런 흙구름이 피어올랐어요. 물풀 조각이 이리저리 떠다녔고, 놀란 작은 물고기들이 깊은 곳으로 달아났어요. 조금 전까지 하늘을 비추던 연못은 금세 흐려졌어요.

레토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어요. 목이 말라 괴로운 사람 앞에서 물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아무도 마시지 못하게 일부러 더럽힌 것이었어요. 사람들은 자기들이 이겼다고 생각한 듯 웃었어요.

레토의 얼굴에서 지친 기색이 사라졌어요. 그녀는 평범한 여행자가 아니었어요. 하늘의 신들과 가까운 여신이며,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였지요. 레토는 두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어요.

“여러분은 이 물에서 떠나고 싶지 않은가 보군요. 그렇다면 바라던 대로 늘 이 연못에서 살도록 하세요.”

갑자기 바람 한 줄기가 물 위를 스쳤어요. 버드나무 잎이 한꺼번에 흔들렸고, 흐린 물결이 둥글게 퍼졌어요. 사람들은 웃음을 멈추었어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지요.

한 사람의 목소리가 가늘어졌어요. 다른 사람은 말을 하려 했지만 입에서 짧고 거친 소리만 나왔어요. 그들의 팔과 다리는 점점 짧아졌고, 손가락 사이에는 얇은 막이 생겼어요. 피부에는 푸른빛과 갈색 얼룩이 번졌어요.

사람들은 연못 밖으로 달려 나오려고 했어요. 그러나 두 발로 걷는 대신 몸이 퐁퐁 튀어 올랐어요. 물가의 진흙이 작은 몸 아래에서 튀었어요. 잠시 뒤 연못가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 자리에 개구리들이 모여 있었어요.

연못에서 개구리로 변하는 리키아 사람들과 이를 바라보는 레토를 그린 판화
개구리로 변하는 리키아 사람들 — 출처: 레이크스미술관

개구리들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어요. 여전히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입을 벌렸지만, 연못 위에는 “개굴, 개굴” 하는 소리만 울렸어요. 그들은 물 아래로 숨었다가 물 위로 올라오기를 되풀이했어요.

조금 전까지 진흙을 휘젓던 발은 이제 헤엄치기에 알맞은 뒷다리가 되었어요. 연못을 차지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연못을 떠날 수 없는 모습이 되었지요. 맑은 물을 흐린 진흙도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어요.

레토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물가의 다른 쪽으로 걸어갔어요. 흙이 덜 섞인 자리에서 두 손으로 물을 떠 아이들에게 먼저 건넸어요. 아이들이 목을 축인 뒤에야 레토도 조용히 물을 마셨어요.

차가운 물이 목을 지나자 레토는 길게 숨을 내쉬었어요. 연못은 누구 한 사람의 손아귀에 들어갈 만큼 작은 것이 아니었어요. 샘물은 여전히 솟았고, 가느다란 물길은 연못 밖으로 흘러갔어요.

레토는 개구리들을 오래 꾸짖지 않았어요. 더 할 말도 없었어요.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길을 떠났어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는 어머니의 양옆에서 천천히 걸었어요.

해가 기울자 뜨거웠던 돌길에도 긴 그림자가 생겼어요. 세 사람의 모습은 올리브나무 사이로 점점 멀어졌어요. 뒤쪽 연못에서는 개구리 소리가 끊이지 않았어요.

그 뒤로 리키아의 여행자들은 그 연못을 지날 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해요. 개구리들은 물속에서도 다투는 듯 울었고, 때로는 물 위로 얼굴을 내밀고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았어요.

여행자들은 물가에 잠시 앉아 목을 축였어요. 어떤 이는 자기 물병에 남은 물을 다음 사람에게 건넸어요. 연못의 물은 나누어 마셔도 줄지 않았고, 샘은 다음 날에도 맑은 물을 채워 주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오래전 일을 떠올렸어요. 누군가의 작은 부탁을 막으려고 모두가 쓸 물까지 흐려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였어요. 한 모금의 물은 작아 보여도, 목마른 이에게는 긴 길을 다시 걸을 힘이 될 수 있어요.

레토가 떠난 뒤에도 연못은 하늘과 나무를 비추었어요. 새가 내려와 물을 마셨고, 바람이 갈대 사이로 지나갔어요. 그리고 해 질 무렵이면 물가 어딘가에서 “개굴, 개굴” 하는 소리가 들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