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 400항아리가 시어 버린 날

옛날, 랍비 후나는 포도밭을 맡겨 돌보며 포도주를 가지고 있었어요. 학문을 배우는 사람이면서 살림도 꾸려 가야 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큰 손해가 생겼어요. 사백 항아리나 되는 포도주가 시어 식초가 된 것이었어요.

기원전 약 100년의 길고 뾰족한 바닥을 가진 로마 시대 테라코타 포도주 항아리
고대 로마 포도주 항아리 · 출처: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Wikimedia Commons

소식을 들은 학자들이 후나를 찾아왔어요. 그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행동도 돌아보라고 권했어요. 옛 종교적 생각 속에서 불행과 잘못의 관계를 묻는 말이었지요.

후나는 마음이 상했어요.

“여러분은 제가 잘못했다고 의심하십니까?”

학자들은 하나님이 까닭 없이 벌하셨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어요. 후나는 막연한 말을 듣는 데서 멈추지 않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들었는지 말해 달라고 했어요.

그제야 학자들이 포도밭에서 일하는 사람의 몫을 꺼냈어요. 그 사람에게 돌아가야 할 포도나무 가지를 후나가 주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후나에게도 할 말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제 몫을 남겨 두기나 합니까? 제 것을 가져가 버리는데요.”

후나는 상대가 먼저 잘못했으니 자신도 몫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러나 학자들은 두 일을 나누어 보았어요. 남에게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해서, 내가 주어야 할 것을 주지 않는 행동까지 옳아지는 것은 아니었어요.

후나는 자기에게 억울한 사정이 있다는 것과 자신이 고칠 일이 있다는 것이 함께 있을 수 있음을 받아들였어요. 앞으로 그 사람에게 돌아갈 가지를 주겠다고 약속했지요.

그 뒤의 일은 두 가지로 전해져요. 식초가 다시 포도주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식초의 값이 올라 포도주만큼 받고 팔았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두 결말을 한꺼번에 벌어진 일로 합칠 수는 없어요.

어느 결말에서든 바뀌지 않는 장면은 후나가 자기 행동을 고치겠다고 말한 순간이에요. 그는 남의 잘못만 이야기하다 끝내지 않고, 자기가 돌려주어야 할 몫을 인정했어요.


이야기가 남긴 교훈

상대가 잘못했다는 이유로 내가 지켜야 할 책임까지 없어지지는 않아요. 후나는 억울한 사정을 말하면서도 자신이 주어야 할 몫은 주기로 했어요. 다만 이 옛이야기로 현실의 손해를 당사자의 잘못 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바르게 행동하면 잃은 돈을 반드시 되찾는다는 약속으로 읽어서도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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