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는 수많은 바다를 떠돌고 있었어요. 그는 죽은 이들의 나라에서 돌아온 뒤, 동료들과 함께 마녀 키르케의 섬을 다시 찾았어요. 키르케는 앞으로 지나야 할 바다에 어떤 위험이 기다리는지 알려 주었지요.
가장 먼저 만날 위험은 세이렌이었어요. 세이렌은 바닷길 가까운 풀밭에 앉아 노래하는 신비한 존재들이었어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뱃사람은 모든 일을 잊고 노래가 나는 쪽으로 배를 돌렸어요. 그러면 배는 섬 가까이에서 멈추고, 그 사람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지요.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에게 살아서 그곳을 지나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어요.
“동료들의 귀를 부드러운 밀랍으로 막으세요. 당신이 노래를 듣고 싶다면, 배의 돛대에 몸을 단단히 묶어 달라고 하세요. 풀어 달라고 외쳐도 동료들이 듣지 않도록 미리 명령해야 해요.”
오디세우스는 그 말을 마음에 새겼어요. 그는 위험을 피하고 싶었지만, 세이렌의 노래가 어떤 소리인지 알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모르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었거든요. 그러나 이번에는 호기심만 믿지 않았어요. 자신이 마음을 바꿀 순간까지 생각하며 대비하기로 했지요.
이튿날 배가 키르케의 섬을 떠났어요. 처음에는 순한 바람이 돛을 밀어 주었어요. 그런데 세이렌의 섬에 가까워지자 바람이 갑자기 멎었어요. 바다는 기름을 부은 듯 고요해졌고, 돛은 축 늘어졌어요.
동료들은 돛을 내리고 노를 잡았어요. 나무 노가 잔잔한 물을 가를 때마다 작은 물결만 번졌지요.
오디세우스는 키르케의 말을 떠올렸어요. 그는 칼로 밀랍 덩어리를 잘게 나눈 뒤, 손으로 오래 주물렀어요. 햇볕과 손의 열을 받은 밀랍은 말랑해졌어요. 오디세우스는 그것을 동료들의 두 귀에 꼭 눌러 넣었어요.
그런 다음 그는 돛대 앞에 섰어요.
“내 손과 발을 돛대에 묶어라.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풀어 주지 마라. 오히려 밧줄을 더 단단히 조여라.”
동료들은 오디세우스의 허리와 팔, 다리를 굵은 밧줄로 감았어요. 매듭이 단단한지 여러 번 잡아당겨 확인했지요. 귀가 막힌 동료들은 서로 손짓을 나눈 뒤 다시 노를 저었어요.

배가 섬 가까이 들어서자 세이렌의 노래가 바다 위로 퍼졌어요. 그 목소리는 멀리서 부는 바람 같기도 하고, 바로 곁에서 속삭이는 말 같기도 했어요. 세이렌은 오디세우스의 이름을 부르며 배를 멈추라고 유혹했어요. 트로이에서 벌어진 일과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다고 노래했지요.
오디세우스는 온몸을 앞으로 기울였어요. 노래를 더 가까이에서 듣고 싶었고, 당장 섬으로 가고 싶었어요. 그는 눈으로 동료들을 찾으며 밧줄을 풀라고 소리쳤어요.
하지만 동료들에게는 그의 목소리도 세이렌의 노래도 들리지 않았어요. 그들은 미리 들은 명령만 기억했어요. 오디세우스가 몸부림칠수록 두 동료가 일어나 밧줄을 한 겹 더 감았어요.
노를 잡은 팔들은 쉬지 않고 움직였어요. 배는 아주 조금씩 섬을 지나갔어요. 세이렌의 노래는 한동안 더 선명해지는 듯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파도 소리 뒤로 멀어졌어요.
마침내 노래가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어요. 오디세우스는 더 이상 몸을 앞으로 내밀지 않았어요. 동료들은 그제야 귀에서 밀랍을 빼고 돛대의 매듭을 풀어 주었지요.
오디세우스의 손목에는 밧줄 자국이 남아 있었어요. 그는 자신의 판단이 얼마나 쉽게 흔들렸는지 알게 되었어요. 노래가 시작되기 전의 약속이 없었다면, 그는 틀림없이 배를 돌리라고 명령했을 거예요.
동료들도 중요한 일을 해냈어요. 선장의 갑작스러운 외침보다 모두가 미리 정한 계획을 믿었어요. 한 사람은 위험한 목소리를 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듣지 않았기에 배를 계속 움직일 수 있었지요.
배 뒤로 세이렌의 섬이 작아졌어요. 바람이 다시 불어와 돛을 채웠고, 동료들은 다음 바다를 향해 나아갔어요. 오디세우스는 노래를 들은 기억을 간직했지만, 그 노래를 따라가지는 않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