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알키오네와 고요해진 바다

아주 오래전, 그리스 북쪽의 바닷가 나라 트라키스에 케익스 왕과 알키오네 왕비가 살았어요. 알키오네는 바람을 다스리는 아이올로스의 딸이었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가장 믿는 벗처럼 아꼈지요.

어느 날 케익스는 세상을 떠난 동생의 일을 두고 신의 뜻을 묻기로 했어요. 그는 바다 건너 클라로스에 있는 아폴론의 신탁소로 가려 했어요. 신탁소는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앞두고 신에게 답을 구하던 곳이에요.

“바다로 가지 말아요.” 알키오네가 케익스의 손을 붙잡았어요. “꼭 가야 한다면 나도 함께 가겠어요.”

케익스도 알키오네를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나 거친 바다에 아내까지 데려가는 일은 더 두려웠지요. 그는 두 번의 보름달이 지나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어요.

배가 항구를 떠나자 케익스는 선미에서 손을 흔들었어요. 알키오네도 물가에서 손을 흔들었지요. 왕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되고 배의 몸통도 수평선 아래로 사라졌어요. 마지막에는 하얀 돛만 조그맣게 남았다가 바다와 하늘 사이로 사라졌어요.

처음 며칠은 바람이 순했어요. 하지만 에게해 한가운데에서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었어요. 선원들이 돛을 내리기도 전에 거센 바람이 밧줄을 때리고 파도가 갑판을 덮쳤어요.

거센 파도 속에서 케익스의 배가 뒤집히는 장면을 그린 에칭
폭풍에 휩쓸린 케익스의 배 · 출처: 리크스미술관

큰 파도 하나가 돛대를 부러뜨렸어요. 또 다른 파도는 키를 망가뜨렸지요. 마침내 배가 산산이 부서지자 케익스는 떠다니는 나무 조각을 붙잡았어요. 그는 멀리 있는 알키오네의 이름을 불렀어요.

“내가 돌아가지 못한다면, 파도야. 적어도 나를 고향의 해변으로 데려다주렴.”

그러나 밤처럼 어두운 물결이 케익스를 덮쳤어요. 그가 끝까지 부른 이름은 알키오네였어요.

트라키스의 궁전에서는 알키오네가 하루씩 날짜를 세고 있었어요. 케익스가 돌아오면 입을 옷을 꺼내 놓고, 자신이 맞으러 나갈 때 입을 옷도 골랐어요. 약속한 날이 가까워질수록 그는 여신 헤라의 제단을 더 자주 찾았어요.

바다를 바라보며 제단 앞에 무릎 꿇고 케익스의 귀환을 비는 알키오네의 목판화
케익스의 귀환을 비는 알키오네 · 출처: 리크스미술관

“케익스가 무사히 돌아오게 해 주세요.” 알키오네는 남편이 이미 세상을 떠난 줄도 모르고 빌었어요. 헤라는 더는 그 기도를 듣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그는 무지개 여신 이리스를 잠의 신에게 보내, 알키오네에게 사실을 알려 주라고 했어요.

잠의 신은 수많은 꿈 가운데 모르페우스를 골랐어요. 모르페우스는 사람의 얼굴과 몸짓을 똑같이 흉내 낼 수 있었어요. 그날 밤 그는 케익스의 모습이 되어 알키오네의 침대 곁에 섰어요.

“알키오네, 나를 알아보겠소?” 꿈속의 케익스가 말했어요. “폭풍이 배를 부쉈고 나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소. 그대의 이름을 부르며 마지막 순간을 맞았소.”

알키오네가 두 팔을 뻗었지만 손에 잡힌 것은 빈 공기뿐이었어요. 그는 자기 목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어요. 방 안에는 등불을 든 하인들만 서 있었지요. 케익스의 젖은 발자국도, 손길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날이 밝자 알키오네는 케익스가 떠났던 해변으로 달려갔어요. 멀리 물 위에 검은 것이 떠올랐어요. 처음에는 부서진 배 조각처럼 보였어요. 파도가 그것을 가까이 밀어 주자 알키오네는 케익스의 얼굴을 알아보았어요.

“이렇게 돌아오겠다는 뜻은 아니었잖아요.”

알키오네는 바다를 막아 선 돌둑 끝으로 달려갔어요. 케익스에게 닿으려고 몸을 던지는 순간, 그의 두 팔에서 깃털이 돋았어요. 몸은 가벼워지고 입은 가느다란 부리로 변했어요. 알키오네는 슬픈 소리를 내는 물새가 되어 파도 위를 날았어요.

작은 새는 케익스 곁으로 내려가 새로 생긴 날개로 그를 감쌌어요. 그때 케익스의 몸에도 깃털이 돋았어요. 신들이 두 사람을 가엾게 여겨 같은 새로 바꾼 것이었어요. 이제 둘은 바다가 갈라놓을 수 없는 한 쌍이 되었어요.

겨울이 오면 알키오네는 물 위에 둥지를 틀었어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는 딸이 알을 품는 동안 바람을 동굴에 가두었어요. 일곱 날 동안 파도는 숨을 죽이고 잔잔해졌지요. 옛사람들은 그 고요한 때를 ‘할키온의 날들’이라고 불렀어요.

케익스는 두 번의 보름달 안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도 알키오네의 이름을 놓지 않았고, 알키오네도 바다 끝까지 그를 찾아갔어요. 그래서 겨울 바다가 잠시 고요해질 때마다 두 새의 이름과 서로를 향한 마음이 함께 떠오르게 되었어요.